2022년 10월, 그 폭락장에서 나는 왜 버텼는가

"가까이서 보면 집어삼킬 듯한 해일이지만, 멀리서 보면 그저 밀물과 썰물 중 하나일 뿐이다."
2022년 10월 12일. 이 날짜를 아직도 기억한다.
S&P 500은 연초 대비 -24%까지 추락했고, 나스닥은 더 처참했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인플레이션 8% 돌파',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라는 활자가 쏟아졌다.
[당시 연준(Fed)의 무자비했던 금리 인상 일지]
| 연도 | 월 | 인상폭 (Step) | 누적 기준금리 |
|---|---|---|---|
| 2022년 | 3월 | +0.25%p | 0.25% – 0.50% |
| 5월 | +0.50%p (빅스텝) | 0.75% – 1.00% | |
| 6월 | +0.75%p (자이언트) | 1.50% – 1.75% | |
| 7월 | +0.75%p (자이언트) | 2.25% – 2.50% | |
| 9월 | +0.75%p (자이언트) | 3.00% – 3.25% | |
| 11월 | +0.75%p (자이언트) | 3.75% – 4.00% | |
| 12월 | +0.50%p (빅스텝) | 4.25% – 4.50% | |
| 2023년 | 2월~7월 | +0.25%p (4회) | 5.25% – 5.50% |
시장에 돈이 마르기 시작했고, 그 공포감은 고스란히 계좌에 찍혔다.
그때 내 계좌에는 **삼성전자, 애플(AAPL), TSMC, 테슬라(TSLA)**가 들어 있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처럼 ETF 적립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 위대한 기업의 주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퇴근 후면 늦게까지 투자 책을 파고들었고, 고민 끝에 고른 종목들이었다.
하지만 2021년의 달콤했던 상승장을 지나 2022년의 폭락장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매달 넣는 적립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느껴졌다. 증권사 앱을 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공포의 한가운데서 깨달은 나의 '한계'
"지금이라도 다 빼고 예금으로 갈까?"
몇 번이나 매도 버튼에 손이 갔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비관적인 매크로 분석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들으면, 안 파는 게 오히려 바보 같아 보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흔들림 속에서 붙잡은 건 지식이 아니라,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며 시장을 예측하는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조차 "더 떨어진다"와 "여기가 바닥이다"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틀린다면, 퇴근 후 짬을 내어 책 몇 권 읽은 내가 이 시장의 바닥을 어떻게 맞출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복잡한 매크로 전망이 아니었다.
"인류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우상향한다."
이 가장 단순하고 무식한(?) 명제 하나뿐이었다.
감정을 이기는 시스템의 힘
그때 나는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팔지 '못했다.'
시장이 무서워서 매도 버튼을 누르려다가도, "팔고 나서 오르면 언제 다시 사지?"라는 질문에 도무지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장의 타이밍을 맞출 능력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인정했다.
내 의지가 흔들릴 때 나를 구한 건, 결국 내 손가락이 아니라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돌아가던 시스템(자동이체)이었다.
이 폭락장은 나에게 엄청난 통찰을 주었다. 2021년의 상승장에서는 내 종목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줄 알았고, 2022년의 하락장에서는 내 멘탈이 얼마나 나약한지 깨달았다.
이때의 뼈아픈 경험과 고민은 결국 투자 방법의 완전한 전환으로 이어졌다. 나는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것을 멈췄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전체를 사는 ETF 적립식 투자로 넘어오게 되었다.
두 개의 차트가 말해주는 진실
당시 내가 느꼈던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두 장의 차트로 비교해 본다.
[2021년 ~ 2022년 10월: 공포의 피크]
2022년 10월 당시의 S&P 500. 고점 대비 -25%라는 숫자는 차트 전체를 붉게 물들일 만큼 거대한 절벽이었다.
그 당시 이 절벽 한가운데 서 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락 곡선은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2020년 ~ 2026년 현재: 넓혀서 본 시장]
시간을 넓혀 2026년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S&P 500. 2022년의 그 끔찍했던 하락장도, 장기적인 우상향 트렌드 속에서는 그저 하나의 작은 '파도'에 불과했다.
놀랍지 않은가? 당시에는 나를 집어삼킬 듯했던 거대한 쓰나미(MDD)가, 멀리서 바라보니 그저 바다의 자연스러운 밀물과 썰물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사실이.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안다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니, 내가 매도 버튼을 누를까 말까 밤잠을 설치던 2022년 10월이 정확히 시장의 최저점이었다.
만약 그때 공포를 못 이기고 테슬라나 애플을 던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더 샀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안다. "그때 팔지 않고 버틴 것" 자체가 성공이었다는 것을.
가까이서 볼 때는 나를 집어삼킬 것 같던 거대한 해일(MDD)도, 시간이 지나 멀리서 바라보니 그저 바다의 자연스러운 밀물과 썰물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앞으로 내 투자 여정에 또 다른 폭락장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 글과 2022년 10월의 그 서늘했던 공포를 다시 꺼내 볼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무식하게 버틸 것이다.
Stay the Cours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