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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생존기 프롤로그]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산이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다

폭풍 속에서 닻을 찾는 투자자의 항해

주식보다 채권 계좌가 더 아팠다

2022년, 계좌를 열 때마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주식이 하락하는 것은 괴로워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하는 대신 변동성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BND와 LQD, 한국 30년 국고채까지 동시에 무너지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채권은 이럴 때 저를 지켜주는 자산이라고 믿었습니다.

주식이 넘어지면 채권이 손을 내밀고,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폭풍이 시작되자 피난처라고 믿었던 곳의 지붕부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손실보다 더 아팠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채권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안전한지, 어떤 상황에서 안전한지, 얼마나 오래 들고 있어야 안전해지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채권이라는 이름만 믿고 마음의 경계부터 풀어버렸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산이, 제가 가장 모르고 있던 자산이었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월급을 보내고 싶었다

제가 채권을 산 이유는 단순히 주식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회사를 떠나는 날이 오면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도 멈춥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더라도 생활비로 꺼내 쓰기 시작하면 잔고는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은퇴한 뒤에도 평생 투자를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시장이 좋지 않은 해에도 주식을 헐값에 팔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필요했습니다.

SCHD의 배당은 그 역할의 한 축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월급을 주식 배당 하나에만 맡기는 것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흔들리는 동안에도 약속된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이 있다면, 은퇴 후의 저는 조금 더 오래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채권은 수익률 표의 한 줄이 아니었습니다.

현재의 돈을 시간 건너편으로 보내, 월급이 사라진 미래의 나에게 전달하는 도구였습니다.

그래서 채권의 하락은 주식의 하락과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공격을 위해 산 자산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세워둔 기둥이 흔들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간에 시작된 두 개의 투자 여정

『투자 진화론』만 읽으면 제가 VOO, SCHD, SPMO를 모두 찾아낸 뒤 채권 투자로 넘어온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간은 그렇게 반듯하게 나뉘지 않았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저는 VOO, SCHD, SPMO를 순차적으로 찾아가며 주식 ETF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시장, 가치, 모멘텀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내 안의 공포와 탐욕을 다룰 방법을 배우던 시기였습니다.

동시에 계좌의 다른 한쪽에서는 채권을 통한 전혀 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BND와 LQD, 한국 30년 국고채에서 시작해 현금과 초단기채로 피신했고, 다시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국 장기채로 이동했습니다. 그 확신이 커지면서 물가연동채와 레버리지, 환율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두 이야기는 앞뒤로 이어진 단계가 아닙니다.

『투자 진화론』이 같은 시간을 주식 ETF와 인간의 심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기록이라면, 『거시경제 생존기』는 그 시간을 채권과 금리, 인플레이션과 환율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는 기록입니다.

한쪽에서는 나 자신을 통제할 무기를 찾았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여정에서 저는 더 위험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예측하고 싶은 욕망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채권이 왜 하락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시작하자 욕심이 생겼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문장을 읽고,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기다리고, 점도표와 고용 지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금리의 정점을 남보다 먼저 맞히고 싶어졌습니다.

다음 금리 인하 시점만 알아낼 수 있다면 장기채의 반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국 금리뿐 아니라 달러와 엔화의 방향까지 읽는다면, 손실을 되돌리는 것을 넘어 거시경제의 흐름 자체를 수익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안전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채권 투자는 어느 순간 가장 거대한 방향성 베팅으로 변해갔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실패를 기록하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채권이 위험했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시장을 이해하려는 겸손한 마음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목적지는 맞혀도 항해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거시경제 생존기』는 금리와 환율을 정확히 맞힌 사람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한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생각도, 언젠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장기적으로는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최종 목적지만 맞히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채권 가격이 얼마나 더 하락할지, 내가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폭풍의 도착 시각을 맞히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전망이 틀리거나 너무 일찍 맞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에게 “Stay the Course”는 처음 산 상품을 끝까지 고집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투자의 목적은 놓치지 않되, 틀린 가설을 인정하고 항해 방법을 계속 고쳐나가라는 말에 가깝습니다.

이제 2022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국의 미래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믿었던 저는, 그 비관적인 전망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 30년 국고채를 샀습니다. 논리는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결코 제가 예상한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 [거시경제 생존기 연재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