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생존기 4장]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며 더 큰 위험을 더했다

금리 인상이 멈췄는데 장기채는 오르지 않았다
2023년 하반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멈췄습니다.
제가 기다리던 조건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정점에서 내려왔고, 기준금리는 5.25~5.50%에서 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방향은 동결 아니면 인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TLT와 EDV는 제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장기 시장금리는 다시 올랐습니다. 물가는 2% 목표보다 여전히 높았고, 경제와 고용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시장은 금리가 곧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 대신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놓친 것은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와 ‘곧 내린다’ 사이의 거리였습니다.
장기채 가격이 오르려면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장기금리 자체가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장기금리에는 현재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미래의 물가와 성장, 국채 수급과 기간 프리미엄까지 반영됩니다.
금리의 정점을 맞혔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맞힌 것은 중앙은행 회의의 한 구간에 불과했습니다.
계좌가 회복되지 않자 저는 가설을 버리는 대신 상품을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EDV와 TLT가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두 상품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원금과 이자는 정해진 달러 금액으로 지급됩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 미래에 돌려받는 돈의 구매력은 줄어듭니다. 투자자는 그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기존 명목채권의 가격은 내려갑니다.
이때 채권시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구분이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 관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명목금리 ≈ 실질금리 + 기대인플레이션
명목금리는 우리가 국채 화면에서 보는 금리입니다. 실질금리는 물가의 영향을 제외하고 투자자가 요구하는 보상입니다. 같은 만기의 명목 국채 수익률과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의 차이는 시장이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저는 명목 장기채만 보유하면 두 가지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실질금리가 오르면 장기채 가격이 하락합니다.
-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명목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이 생깁니다.
그중 인플레이션 위험만이라도 분리해 방어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포트폴리오에 들어온 상품이 LTPZ였습니다.
LTPZ는 물가와 함께 움직이는 긴 채권이었다
LTPZ는 만기가 15년 이상 남은 미국 물가연동국채, 즉 TIPS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TIPS의 원금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조정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늘어나고, 이자도 조정된 원금에 정해진 쿠폰율을 적용해 계산됩니다. 개별 TIPS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최초 원금과 물가 조정 원금 중 더 큰 금액을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제가 찾던 이중 방어막처럼 보였습니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원금 조정이 손실을 막아주고, 경기 둔화로 실질금리가 내려가면 긴 듀레이션이 가격 상승을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한 상품으로 함께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가 단순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TIPS의 원금은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발표된 CPI를 기준으로 조정됩니다. 반면 ETF의 시장가격은 앞으로의 물가 기대와 실질금리 변화까지 즉시 반영합니다.
따라서 물가가 높은 것만으로 LTPZ 가격이 반드시 오르지는 않습니다.
이미 높은 물가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거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실질금리가 더 크게 오르면 긴 듀레이션의 손실이 물가 조정 효과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LTPZ의 기초지수는 만기 15년 이상의 TIPS로 구성되고, 펀드의 듀레이션도 매우 깁니다.
물가연동이라는 이름이 금리 위험을 지워주지는 않았습니다.
세 장기채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다
EDV, TLT, LTPZ는 모두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채권에 투자하지만 같은 자산은 아니었습니다.
세 상품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서야 어떤 경제 환경에 무엇이 반응하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비교는 방향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화이며, 실제 수익률의 순서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환경 |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자산 | 핵심 이유 |
|---|---|---|
| 경기 침체와 물가 안정으로 명목·실질금리가 함께 하락 | EDV, TLT | 명목 장기채의 긴 듀레이션이 금리 하락에 크게 반응 |
|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실질금리는 안정 | LTPZ | CPI에 따른 원금 조정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의 상대적 수혜 |
|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실질금리가 급등 | 뚜렷한 승자가 없을 수 있음 | LTPZ도 긴 실질 듀레이션 때문에 크게 하락 가능 |
| 디플레이션과 급격한 경기 침체 | EDV, TLT | 명목금리 하락의 수혜가 크고 TIPS의 물가 조정은 약해질 수 있음 |
이 표를 만들며 저는 채권을 더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품을 이해하는 것과 포트폴리오가 단순해지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EDV에 LTPZ를 더하자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가 관리해야 할 변수가 늘어났습니다.
이제 저는 명목금리뿐 아니라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맞혀야 했습니다.
반등을 기다리며 비중을 늘렸다
LTPZ를 추가한 선택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좌의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장기채의 반등은 계속 늦어졌고,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SGOV를 떠난 기회비용은 매일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저는 가장 위험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금리 인하가 늦어졌을 뿐,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이 문장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언젠가 기준금리가 내려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얼마나, 어떤 이유로 내려가는지에 따라 장기금리와 채권 가격의 반응은 달라집니다.
저는 그 불확실성을 포지션의 크기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등이 늦어진 만큼 장기채가 더 싸졌고, 앞으로의 상승 여력이 커졌다고 해석했습니다. 기다린 시간을 보상받으려면 평범한 장기채보다 더 큰 수익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갈증이 저를 TMF로 이끌었습니다.
TMF는 장기채의 세 배가 아니었다
TMF는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국채 지수를 기초로 하루 수익률의 300%를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 구조는 단순해 보였습니다.
장기채가 금리 하락으로 10% 오르면 TMF는 30% 오를 것 같았습니다. 금리 인하가 확실하다면 TLT나 EDV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더 큰 반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상품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3배’가 아니라 ‘하루’였습니다.
TMF의 목표는 장기채 지수의 장기 누적수익률을 세 배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매 거래일마다 노출을 다시 조정해 그날 지수 수익률의 300%를 추구합니다. 하루를 넘긴 성과는 매일의 등락 경로에 따라 달라집니다.
운용사 역시 하루보다 긴 기간에는 기초지수 누적수익률의 정확히 세 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저는 금리의 최종 방향만 생각했습니다.
TMF는 목적지보다 그곳까지 가는 매일의 경로에 훨씬 민감한 상품이었습니다.
오르고 내리는 동안 원금은 줄어들었다
일일 재조정 레버리지의 위험은 간단한 숫자로 볼 수 있습니다.
기초지수가 100에서 하루 만에 10% 하락하면 90이 됩니다. 다음 날 11.1% 상승하면 거의 다시 100으로 돌아옵니다.
같은 기간 3배 레버리지 상품은 다르게 움직입니다.
- 첫날 30% 하락하면 100이 70이 됩니다.
- 다음 날 33.3% 상승해도 70은 약 93.3이 됩니다.
- 기초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레버리지 상품에는 약 6.7%의 손실이 남습니다.
이를 흔히 변동성 끌림 또는 변동성 손실이라고 부릅니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수록 매일 달라진 원금에 수익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생기는 복리의 경로 의존성입니다.
레버리지 ETF가 항상 장기적으로 하락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초지수가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이면 일일 복리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맞더라도 도달 과정이 거칠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파생상품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과 운용보수, 추적오차까지 더해집니다.
2023년의 장기채 시장은 제가 기대한 매끄러운 하락 금리 경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기대가 바뀔 때마다 채권 가격은 크게 오르내렸고, TMF는 그 진폭을 매일 세 배 가까이 확대했습니다.
저는 금리 인하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질 수 있는 구조를 들고 있었습니다.
레버리지는 제 전망을 더 정확하게 만들지 않았다
TMF를 매수한 뒤 저는 금리 발표에 더 예민해졌습니다.
작은 물가 지표 하나, 연준 위원의 한 문장, 국채 입찰 결과 하나가 계좌를 크게 흔들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지키기 위해 산 채권이 오히려 제 일상을 시장에 더 단단히 묶어놓았습니다.
손실이 커질수록 금리 인하가 반드시 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터를 보고 가설을 수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커진 뒤에는 가설이 틀릴 가능성을 검토하기보다, 제 포지션이 맞다는 증거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레버리지는 제 전망을 더 정확하게 만들지 않았다. 틀렸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였을 뿐이다.
EDV도 긴 듀레이션을 가진 공격적인 채권 ETF입니다. 하지만 일일 3배 목표를 위해 매일 노출을 재조정하는 TMF와는 위험의 성격이 달랐습니다.
저는 EDV를 안전하다고 부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는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TMF에서는 금리 방향에 더해 변동성의 경로와 자금조달 비용까지 맞혀야 했습니다.
복잡한 상품을 하나 덜어내는 것이 새로운 헤지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었습니다.
레버리지를 줄인 뒤에도 예측은 남아 있었다
TMF를 돌아보며 얻은 결론은 채권에 레버리지를 쓰면 안 된다는 단순한 금지 규칙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포트폴리오에서 맡긴 역할과 상품의 작동 방식이 어긋났다는 데 있었습니다.
주식이 하락할 때 기다릴 시간을 벌어줄 자산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루 단위로 위험을 세 배 조정하는 상품을 장기간의 보험처럼 사용하려 했습니다. 목적과 상품의 작동 방식이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TMF의 비중을 정리하고 다시 레버리지 없는 장기채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의 방향을 미리 알고 싶다는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4년이 되자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커졌고, 일본은 오랫동안 유지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금리 하나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 그리고 달러와 엔화의 방향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미국 장기채를 엔화로 보유하는 효과를 내는 상품에 투자한 과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두 개의 전망을 결합하면 위험이 분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맞혀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난 선택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