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생존기 5장] 금리와 환율을 함께 예측하려 했다

두 중앙은행이 반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2024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은 서로 다른 전환점 앞에 있었습니다.
미국은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린 뒤 5.25~5.50%에서 동결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더 이상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가 아니라 언제 내릴지로 옮겨갔습니다.
반대로 일본은 오랫동안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통제를 유지했습니다. 2024년 3월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기존의 수익률곡선통제 체제가 역할을 다했다고 선언하고 단기금리를 0~0.1% 정도로 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7월에는 목표를 약 0.25%로 올렸습니다.
한쪽은 긴축의 끝에서 인하를 바라보고, 다른 쪽은 초완화 정책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선명한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미국 금리는 내려가고 일본 금리는 올라가면, 미국 장기채 가격과 엔화 가치가 함께 오를 수 있다.
2022년에는 한국의 저성장이라는 한 가지 전망을 장기 국채에 담았습니다. 2023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을 EDV와 TMF에 담았습니다.
2024년의 저는 한 단계 더 정교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금리뿐 아니라 통화까지 결합하려 했습니다.
달러로 오른 수익은 원화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 자산을 보유할 때 수익률은 자산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 장기채가 달러 기준으로 10% 올라도 같은 기간 달러가 원화 대비 10% 가까이 약해지면, 원화로 환산한 수익은 대부분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채권 가격이 부진해도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 수익률은 방어될 수 있습니다.
EDV를 보유하면서 저는 두 자산을 동시에 들고 있었습니다.
- 미국 초장기 국채에 대한 노출
- 달러에 대한 노출
처음에는 달러가 위기 때 주식 손실을 완충해 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장기채 가격은 오르더라도 달러는 약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도 단순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달러가 반드시 약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환율은 두 나라의 금리 차이뿐 아니라 성장률과 물가, 위험회피 수요, 시장에 이미 반영된 기대에 따라 움직입니다. 다른 나라가 더 빠르게 금리를 내리거나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의 금리 인하 중에도 달러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달러 약세 가능성을 따로 막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원화 환헤지형 미국채 ETF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 대안이 있었습니다. 달러 노출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엔화 노출을 남기는 상품이었습니다.
미국 장기채를 엔화로 보유하는 효과
제가 선택한 상품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이었습니다.
이 ETF가 추종하는 지수는 잔존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 국채의 성과를 엔화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USD/JPY 환헤지를 통해 달러 노출을 줄이고, 국내 투자자가 엔화로 미국 장기채를 보유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름 끝의 ‘합성 H’는 원화에 대해 모든 환율을 막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품은 미국채의 달러 노출을 엔화로 바꾸는 구조이므로, 한국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엔화와 원화 사이의 환율 변화에 노출됩니다. 달러 위험을 없앤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엔화 위험이 들어옵니다.
구조를 단순하게 나누면 원화 투자자의 성과에는 다음 요소들이 영향을 줍니다.
- 미국 장기 국채의 가격과 이자
- 달러 노출을 엔화로 바꾸는 USD/JPY 헤지 성과와 비용
- 엔화와 원화 사이의 환율 변화
- ETF의 보수, 합성 운용 비용과 추적오차
상품은 미국 장기채를 직접 전부 보유하기보다 장외파생상품을 주로 활용해 기초지수의 성과를 추종합니다. 따라서 거래상대방 위험과 합성 ETF 특유의 추적오차도 존재합니다.
저는 하나의 ETF를 샀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격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엔화는 싸 보였고, 금리차는 줄어들 것 같았다
당시 엔화는 오랜 약세를 겪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높은 금리를 유지한 반면 일본의 금리는 거의 0%에 머물렀습니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수요와 엔화를 빌려 다른 통화의 자산을 사는 캐리 거래는 엔화 약세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올리면 미·일 금리차가 줄어듭니다.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은 낮아지고, 엔화를 빌려 투자하던 거래가 되돌려지면 엔화 가치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논리는 다시 한번 그럴듯했습니다.
- 미국 장기금리 하락 → 미국 30년 국채 가격 상승
- 미·일 금리차 축소 → 엔화 약세 압력 완화
- 엔화가 원화 대비 강세 → 한국 투자자의 환차익
EDV 하나를 보유하는 것보다 두 개의 수익 동력이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채와 엔화가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이니 분산 효과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전망을 한 상품에 넣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위험이 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둘 중 하나만 틀려도 다른 쪽의 수익을 지울 수 있고, 두 전망이 동시에 틀리면 손실은 겹칩니다.
금리차는 별도의 수익이 아니었다
처음 이 구조를 공부할 때 저는 미·일 금리차에서 추가 수익이 생긴다고 이해했습니다.
금리가 높은 미국 자산을 금리가 낮은 엔화로 헤지하면 금리차만큼의 ‘환헤지 프리미엄’을 얻고, 여기에 미국채 가격 상승과 엔화 환차익까지 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개의 수익원을 한꺼번에 얻는 구조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같은 현상을 여러 번 세어본 해석에 가까웠습니다.
환헤지에 사용되는 선물환 가격에는 두 통화의 단기금리 차이가 반영됩니다. 이를 커버드 금리평가라고 합니다. 거래비용과 시장의 마찰이 없다면, 현물환과 선물환의 차이는 두 통화의 금리 차이로 상쇄되어 환헤지만으로 무위험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도록 가격이 형성됩니다.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높을 때 달러 자산을 엔화로 헤지하면, 높은 달러 금리에서 얻는 이점의 상당 부분이 선물환 가격에 반영됩니다. 환헤지만으로 별도의 수익이 더해지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실제 헤지 성과에는 단기금리 차이뿐 아니라 통화 베이시스, 롤오버 시점, 거래비용과 운용 방식이 영향을 줍니다. 금리차가 줄어들면 헤지에서 발생하던 손익 구조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 상품의 핵심은 ‘미국 금리 5%와 일본 금리 0%의 차이를 덤으로 받는다’가 아니었습니다.
달러 노출을 엔화 노출로 바꾼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헤지는 위험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남길지 선택하는 일이었다.
두 전망은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미국채와 엔화를 결합한 전략이 성공하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장 좋은 환경은 미국 장기금리가 내려가 채권 가격이 오르고, 동시에 엔화가 원화 대비 강해지는 경우입니다. 두 효과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익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조합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미국 장기채 | 엔화/원 환율 | 원화 투자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결과 |
|---|---|---|
| 상승 | 엔화 강세 | 두 효과가 더해져 수익 확대 가능 |
| 상승 | 엔화 약세 | 채권 수익 일부 또는 전부가 환율로 상쇄 가능 |
| 하락 | 엔화 강세 | 환차익이 채권 손실 일부를 완충할 수 있음 |
| 하락 | 엔화 약세 | 채권과 환율 손실이 동시에 발생 가능 |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와 장기금리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문제가 더해집니다.
실제로 연준은 2024년 9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습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가 모든 만기의 국채금리를 같은 폭으로 낮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장기금리는 재정과 국채 공급, 성장과 물가 기대에 따라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엔화가 즉시 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인상 폭이 시장 기대보다 작거나 미국과의 금리차가 여전히 크면 엔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화 자체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한국 투자자의 최종 성과는 더욱 달라집니다.
저는 두 가지 수익의 가능성을 함께 담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두 변수의 방향을 함께 판단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복잡함을 분산으로 착각했다
처음 채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 계좌에는 BND와 LQD, 한국 30년 국고채가 있었습니다.
상품은 세 개였지만 모두 금리 상승에 취약했습니다. 저는 상품을 분산했을 뿐 위험을 분산하지 못했습니다.
몇 년 뒤 포트폴리오는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SGOV와 EDV, LTPZ를 거쳐 미국채 엔화노출 상품까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듀레이션과 실질금리, 기대인플레이션, 환헤지와 금리평가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설명할 수 있는 변수가 많아진다고 포트폴리오가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EDV는 미국 장기금리에 대한 강한 베팅이었습니다. LTPZ는 긴 실질 듀레이션과 실제 물가 조정에 노출되었습니다. 엔화노출 미국채는 장기금리에 더해 엔화/원 환율과 합성 운용 구조까지 품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상품을 여러 개 보유하면서 저는 더 정교하게 분산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는 같은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 위에 인플레이션과 환율에 대한 전망을 층층이 쌓고 있었습니다.
상품의 개수는 늘었지만, 틀릴 수 있는 가설도 함께 늘었습니다.
거시경제를 이해하는 것과 맞히는 것은 달랐다
엔화노출 미국채 투자는 제게 중요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상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환헤지는 비용을 내고 위험을 지우는 단순한 보험이 아니라, 두 통화의 금리와 선물환 가격을 통해 노출을 바꾸는 거래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지식은 지금도 유용합니다.
하지만 지식이 늘어날수록 예측 능력도 같은 속도로 좋아진다고 믿은 것은 착각이었습니다.
미국이 언제 얼마나 금리를 내릴지, 장기금리는 어떻게 반응할지, 일본은행은 어느 속도로 정상화할지, 엔화와 원화는 그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모두 맞혀야 했습니다. 각각의 설명은 가능했지만, 여러 변수가 만나는 실제 시장의 경로는 여전히 알 수 없었습니다.
거시경제를 공부한 목적은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노출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어야 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가장 정교한 상품 끝에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2022년 제가 채권을 다시 공부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주식이 무너질 때 계좌를 지켜줄 닻이 필요했고, 은퇴 후에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미래의 월급을 만들어줄 현금흐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제가 집중한 것은 목적보다 도구였습니다.
더 긴 듀레이션, 물가연동, 세 배 레버리지, 엔화 노출과 환헤지까지 찾아다녔습니다. 각각은 특정한 환경에서 유용할 수 있는 도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구를 이해하는 즐거움이 목적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원했던 것은 미국 금리와 일본 금리, 달러와 엔화의 방향을 모두 판단해 얻는 수익이 아니었습니다.
전망이 틀려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고, 시장이 나쁠 때 주식을 팔지 않으며, 은퇴한 뒤에도 정기적인 현금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였습니다.
가장 복잡한 매크로 상품까지 도달한 뒤에야 저는 다시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자산은 내 포트폴리오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다음 글은 6장이 아니라 이 연재의 에필로그입니다.
그 글에서는 장기채 투자에 성공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도 남아 있는 손실과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고, 채권을 예측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과 현금흐름의 도구로 다시 정의한 과정을 정리하려 합니다.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방법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변화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는 방법에 대한 마지막 기록입니다.
